본문 바로가기
중드 원작소설/장월신명《长月烬明》 원작 소설

장월신명《长月烬明》 원작 소설 제6장

by Aki아키짱 2024. 1. 22.

 

 

<제6장>

부(府)로 돌아왔을 때, 춘도는 장군부 앞에 스무 살 정도로 보이는 여종 한 명이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갸름한 얼굴에 눈썹을 가늘게 다듬은 그 여종을 본 춘도는 놀라서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가는 눈썹의 여종이 피식 웃으며 춘도를 밀치더니 앞으로 다가와 맞이했다.

"소저, 벽류(碧柳)가 돌아왔어요. 제가 마차에서 내리시는 걸 부축해 드릴게요."

소소는 마차의 발을 들어 올리고 낯선 얼굴을 보았다.

그녀가 스스로를 벽류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순간 소소는 그녀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원래 주인에게는 네 명의 몸종이 있었는데, 은교는 조모에 의해 장자로 보내져 혼인을 했고, 그동안 소소를 따라다니던 여종들은 춘도와 희희였다.

하지만 이 두 여종은 원래 주인이 보기에 간이 콩알만 했고 말주변이 없는 데다 우둔하기 짝이 없어서 그녀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엽석무가 가장 좋아하는 여종은 바로 이 '벽류'라는 여종이었다.

원래 주인의 기억 속 벽류는 총명하고 일처리가 깔끔했으며 듣기 좋은 말을 잘해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소소는 벽류가 어떤 사람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녀가 생각하는 동안 이미 벽류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부축하며 마차에서 내리게 했다.

옆에 서 있는 춘도의 모습은 마치 호랑이를 본 작은 메추라기 같았다.

춘도가 벽류를 무서워하는 거야?

똑같은 모습으로 고개를 떨구고 있는 희희를 본 뒤에야 소소는 알 것 같았다.

이 벽류란 여종이 원래 주인의 곁에서 지위가 보통이 아니었나 보네.

소소가 막 시간을 뛰어넘어 왔을 때 춘도는 걸핏하면 놀라서 머리를 조아렸는데, 이 벽류라는 여종은 소소 앞에서 조금도 조심스러워하거나 어색해 하지 않았다.

주종 몇 명이 부(府)로 들어가려는데 벽류가 말했다.

"삼소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러고는 춘도와 희희를 돌아보며 말했다.

"나는 소저께 드릴 말씀이 있으니 너희들은 해야 할 일을 하도록 해."

소소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벽류라는 여종이 도대체 뭘 하려는 건지 봐야겠어.

벽류가 소소를 데리고 가산(假山 인공 산)으로 들어가더니 소매에서 종이 한 장을 더듬어 꺼냈다.

"삼소저, 보세요. 제가 무엇을 찾았게요?"

소소가 종이를 펼치자 그 위에는 살아 있는 것처럼 생동감이 넘치는 미인도가 있었다.

연못가의 연꽃 옆에 앉아 있는 미인이었는데, 고개를 숙인 채 미소 짓는 것이 수줍음을 참지 못하는 듯했다.

벽류는 흥분한 기색이었고 온 얼굴에 표상을 바란다고 쓰여있었지만, 소소는 멍하니 그림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이게 도대체 뭔데?

"소저, 낙관을 보세요."

낙관 : 방의지(庞宜之).

지난번에 성급히 뛰어내려 엽빙상을 구하려던 장원랑(状元郎)이자, 지금의 예부시랑(礼部侍郎)인 방의지였다.

*예부시랑(礼部侍郎) : 예부(礼部)는 육부 중의 하나로 의례, 제전, 학사, 고시 등의 일을 맡아서 했음. 예부시랑(侍郎)은 예부의 부부장*

 

그림의 사람이 누구인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역시 신과(新科 그 해 과거에 합격한 사람) 장원답게 그림 솜씨가 정말 좋았고, 몇 획밖에 안 되는데도 엽빙상의 풍치를 더없이 아름답게 그려냈다.

벽류 : "소저, 재작년에 대소저가 요양하시던 장자에 가서 조사하라고 하시더니 과연 그들이 간통을 한 거였어요. 그 천한 것이 육전하와 혼인을 하기 전에 이미 방 대인과 비밀리에 사통하고 있었던 거예요."

"방 대인은 그리움을 달래려고 이 그림을 그렸겠죠."

"상경하기 전에 소시(小厮 미성년의 남자 하인)에게 이 그림을 태우라고 했는데, 소시가 아까워서 몰래 숨겨 두었거든요. 벽류가 명령을 욕되이 하지 않기 위해 이 그림을 사왔답니다."

그러고는 기뻐서 날뛰며 말했다.

"소저, 육전하께서 이 그림을 보신다면 분명 화를 참지 못하시고 그 천한 것을 내치실 거예요. 그때가 되면 그 천한 것이 없어질 테니, 육전하가 눈에 담는 사람은 소저가 되실 거예요!"

소소 : "......"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소소는 마침내 자초지종을 깨달았다.

이전에 원래 주인과 엽빙상이 물에 빠졌을 때 육황자가 뛰어내린 것은 엽빙상의 남편으로서 당연한 도리였지만, 방 대인이 뛰어내렸다는 건 생각할수록 의미심장한 일이었다.

원래 주인은 이 점이 의심스러워서 자신의 가장 '유능한' 여종인 벽류를 보내 조사하게 한 것이었다.

방 대인과 서저의 간통이 밝혀지면 육황자가 서저를 버릴 거라 기대했겠지.

"소저, 사람을 찾아서 이 그림을 육전하께 보낼까요?"

소소가 그림을 거두며 말했다.

"당분간은 그럴 필요 없어."

원래 주인은 이미 혼인했고, 소소는 소늠의 애정을 방해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림 한 장일 뿐이잖아.

기껏해야 방의지가 엽빙상을 흠모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뿐, 다른 사람이 엽빙상의 그림을 그린 게 엽빙상의 잘못은 아니지.

벽류는 아쉬움이 역력한 얼굴이었지만 감히 소소를 거역할 수는 없었다.

틀림없이 소저에게 또 무슨 교묘한 수단이 있으신 걸 거야.

소소는 그림을 잘 챙겼다.

언제 시간을 내서 이 화근을 태워 버려야겠어.

방금 전 자리를 피했던 춘도가 불안한 표정으로 고하러 왔다.

"삼소저, 큰일 났어요, 일이 생겼어요."

벽류가 꾸짖으며 말했다.

"똑바로 얘기해, 허둥지둥하지 말고. 체통 없이 무슨 짓이야!"

눈살을 찌푸린 소소가 벽류를 힐끗 보더니 춘도에게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천천히 말해봐."

춘도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연 이낭이 아침에 고방(库房 창고, 곳간)에서 많은 물건과 노부인의 옥관음(玉观音 옥으로 만든 관음상)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대요. 조사해 보니 두 이낭의 방에도 도둑이 들었는데, 이소저에게 주려고 준비한 혼수의 절반 이상이 줄었대요."

"대공자의 옥패, 사공자의 예은(例银 관례에 따라 주어지는 은량)도 전부 사라져서 지금 연 이낭, 두 이낭, 그리고 이소저까지 모두가 대청에서 심문을 하고 있어요......"

소소는 무언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누구를 의심하는데?"

"질자 전하요."

소소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어째서 그를 의심하는 거지?"

춘도가 조심스럽게 소소를 보았다.

"누군가가 질자 전하의 평안부에서 몰래 숨겨둔 이추(耳坠 달랑거리는 귀걸이)를 찾아냈어요......"

그 말을 들은 벽류가 분개하며 말했다.

"질자가 그렇게 체면이 깎이는 일을 하다니, 소저의 얼굴을 완전히 더럽히는 거잖아요."

춘도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벽류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소소가 벽류를 힐끗 쳐다보았다.

"일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함부로 말하지 마."

빨리 입을 다물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참지 못하고 한 대 때리고 싶어질 테니까.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소소에게 예의를 지키며 옳고 그름을 명확히 구별하라고 가르치셨다.

그런데 이 벽류란 여종은 입만 열면 '천한 것', '간통'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정상적으로 말하는 게 그렇게 어렵나?

벽류의 말을 들을 때면 소소는 온몸이 불편했다.

가장 화가 나는 일은 벽류가 권세를 믿고 암암리에 희희와 춘도를 억압한 것이었다.

소소는 이 여종이 원래 주인을 충동질해서 적지 않은 일을 시켰을 거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벽류를 요리할 시간이 없었기에 춘도에게 말했다.

"대청에 가보자."

춘도는 급히 절을 한 뒤 길을 안내했다.

한편 소소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은 벽류는 제자리에 멍하니 있었다.

삼소저가 자신을 질책할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던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소저는 질자가 자신의 체면을 구겼다는 말을 듣고 질자를 죽이려는 마음까지 먹으셨을 거야.

그런데 내 입을 다물게 하시다니.

벽류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앞에 있는 춘도의 뒷모습을 보았다.

분명 내가 없을 때, 춘도와 희희라는 저 두 계집들이 소저에게 내 잘못을 말한 걸 거야.

내일이면 보름인데 무슨 생각을 하시는 거지.

벽류는 문득 소저가 질자를 언급할 때 모질게 욕설을 퍼붓지 않으셨다는 것을 깨달았다.

확실히 지금은 질자에게 사고가 발생하면 안 돼.

벽류가 황급히 따라갔다.

 


 

 

소소가 대청에 들어서기도 전에 누군가가 곧바로 연 이낭에게 보고했다.

"삼소저께서 돌아오셨어요."

이 말이 나오자 의자에 앉아 있던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담태신을 바라보았다.

소년의 팔은 묶여있었고 입술을 다문 채 새카만 눈동자로 땅을 보고 있었는데, 그 눈은 차갑고도 어두웠다.

소소가 들어와서 본 것은 바로 이런 광경이었다.

세 명의 이낭 중 연 이낭은 주인석에 앉아 있었고, 두 명의 이낭들은 양옆에 앉아 있었으며, 안색이 좋지 않은 이소저 엽남음은 두 이낭 옆에 앉아 있었다.

그들 말고도 부(府)의 막내인 사공자도 있었는데, 올해 겨우 여섯 살인 사공자는 장군의 총애로 인해 공처럼 통통하게 살이 쪄서 운 이낭의 품에 안겨 떡을 먹고 있었다.

그렇게 하인을 제외하고 모두 앉아 있는데, 담태신만 서 있었다.

연 이낭이 먼저 말했다.

"삼소저께서 돌아오셨군요. 마침 잘 오셨어요, 부에 큰일이 생겼는데 소저도 들으셨을 거예요. 질자는 소저의 사람이라 첩도 곤란하답니다. 아니시면 이 일을 삼소저께서 심문하시겠어요?"

그녀가 소소에게 주인석을 양보했다.

연 이낭이 때때로 노부인을 돕긴 했지만 그녀는 첩에 불과했고 소소는 유일한 적녀였다.

이제 그녀가 들어왔으니 연 이낭은 당연히 주인석에 앉을 수 없었다.

나머지 이낭들도 서둘러 소소에게 허리를 굽히며 인사했다.

두 이낭에게 부딪친 엽남음이 좋지 않은 안색으로 외쳤다.

"셋째 동생."

소소가 태연하게 앉자 소시(小厮)가 얼른 차 한 잔을 따라주었다.

차 한 모금을 마신 소소가 붙잡혀 있는 담태신을 보았다.

그의 옷은 누군가에 의해 흐트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오래된 평안부 하나가 있었는데, 평안부에 발자국이 있는 걸 보니 누군가가 밟은 것이 분명했다.

담태신의 시선이 평안부 위로 떨어졌다.

소소가 들어왔을 때에도 그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눈을 들어 소소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연 이낭, 당신들이 앞서 심문을 하고 있었으니 계속해요. 나는 듣기만 하면 되니까."

소소는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 자신이 담태신에게 안 좋은 인상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개입하면 공평성에 어긋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이 말이 나오자 담태신이 오히려 반응을 보이며 고개를 들더니 소소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삼소저께서 분부하셨으니 첩이 계속하겠습니다."

"질자 전하, 첫째로 이렇게 오랫동안 부(府)의 재정이 도난당한 적은 없었답니다."

흰옷을 입은 소년을 보며 말하는 연 이낭의 말뜻은 분명했다.

담태신이 부(府)에 온 지 불과 삼 개월 만에 이렇게 많은 재물이 도난당했다는 뜻이었다.

"둘째, 고방은 주인들만 접근할 수 있지요. 해서 부(府)의 모든 사람들은 월은(月银 매월 추가로 받는 은량)이 있지만 질자 전하께선......"

연 이낭이 잠시 말을 멈추며 분명하게 말하지 못했다.

담태신도 부(府)의 반쪽 주인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장군부에서 그에게 월은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

패배한 적국의 포로이니 밥만 먹여주면 그만이었고, 그것도 그와 삼소저의 관계에 따라 달랐다.

담태신이 눈을 들고 말했다.

"전 아닙니다, 그런 적 없습니다."

소소는 깍지 낀 손가락을 꽉 조였다.

사실 그녀가 보기에 연 이낭의 저런 구실은 너무 억지스러웠다.

담태신은 부(府)에서 지위가 낮았다.

원래 주인이 그를 대하는 태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하인들과 지위가 같은 그가 고방을 가는 것 자체가 어려운 일이었다.

어떻게 짐작만으로 한 사람의 죄를 함부로 정할 수가 있지?

소소는 소년을 한 번 쳐다보았다.

이마의 머리카락이 그의 음울한 눈을 가려서 사람 전체가 어둠 속에 사는 생물 같았고, 어둡고도 불길해 보이도록 만들었다.

담태신이 미래에 포악하게 사람을 죽일 거라는 건 믿지만, 이렇게 재물을 도둑질하는 일은 그가 아닐 거야.

두 이낭이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당신이 아니면 설마 부(府)의 다른 공자겠어요? 질자, 우리 장군부가 당신을 호의로 받아들였는데, 당신은 이런 식으로 보답하는 건가요? 어릴 때부터 규율을 가르쳐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탓에 이제 와서 손버릇이 나빠졌나 보죠?"

이 말은 아주 거북하게 들렸다.

운 이낭의 품에 안겨있던 사공자가 품에서 뛰쳐나오더니 담태신 앞으로 달려가 그를 걷어찼다.

"감히 장군부의 물건을 훔치다니, 아버지가 널 때려죽이게 할 거야!"

운 이낭이 황급히 사공자를 데려왔다.

"탁아(卓儿), 함부로 말하면 안 돼!"

담태신의 눈꼬리에 선홍빛이 살짝 번지더니 차갑게 되풀이해서 말했다.

"저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두 이낭과 사공자의 직설적이고 평화로운 심문 형식 때문에 산산조각이 났다.

어쩐지 가슴이 꽉 막힌 듯해 입을 열고 말을 하려던 소소는 아버지의 침통한 얼굴을 떠올렸다.

청삼을 입은 선존이 말했다.

"요 몇 년 동안 우리 수진계의 수많은 존자들이 운락했고, 네 대사형은 종문을 위해 사악한 물건의 손에 죽었다. 소소, 너는 수진계의 마지막 희망이다. 오백 년 전으로 가더라도 마음이 약해져선 안 된다."

소소는 숨을 가다듬고 담태신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반복해서 스스로에게 말한 뒤에야 충동을 참을 수 있었다.

연 이낭이 손을 펼쳐서 정교하고 아름다운 백옥 이추를 드러냈다.

"허면 질자의 몸에 있던 이 이추는 어찌 설명하실 건가요?"

연 이낭의 손에 들려있는 이추를 본 담태신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

소소도 그 이추를 바라보았다.

연 이낭 : "벽류, 와서 보거라. 이 이추가 삼소저의 것이더냐? 만약 삼소저의 것이라면 내가 실례를 한 것일 테지."

소소는 당연히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원래 주인이 담태신을 얼마나 싫어하는데, 소녀의 물건을 그에게 줄 수 있겠어?

소소도 잘 알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때 무슨 생각을 했는지 소소가 담태신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누구의 물건인지 알 것 같아.

뜻밖에도 몸에 꼭꼭 숨겨 두었네.

그 애처롭고 어두운 마음은 빛을 볼 수 없을 텐데.

벽류가 다가오더니 인정하며 말했다.

"연 이낭, 이 이추는 저희 소저의 것이 아니에요."

"질자께선 어찌 해명하실 건가요?"

담태신의 눈빛은 어두웠고 말이 없었다.

이전에 그의 눈이 약간의 분노를 띠고 있었다면, 지금 그의 눈동자는 생기가 전혀 없었다.

연 이낭이 소소에게 사뿐히 절을 했다.

"삼소저도 보셨겠지만, 질자께서 해명을 원치 않으시네요."

엽남음이 애절하게 말했다.

"질자 전하, 저는 평소에 전하의 미움을 산 적이 없잖아요. 이낭이 저를 위해 준비한 것들을 돌려주시면 안 될까요?"

그건 내 혼수란 말이야!

소소는 이렇게 경박하고 굴욕적인 죄명을 담태신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은 너무 황당무계하다고 생각했다.

담태신도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냉소하며 말했다.

"할 말이 없으니, 당신들 처분에 맡기겠습니다."

소소는 그의 냉소적인 표정을 처음 보았는데, 그는 등을 곧게 펴고 웃은 후 입술을 오므리며 차가운 선을 만들었다.

연 이낭이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부(府)의 하인이 귀중한 재물을 훔쳤다면 양 손을 자르고 부에서 내쫓았겠죠."

운 이낭이 얼굴을 찡그리더니 참지 못하고 속삭이듯이 사정하며 말했다.

"연 이낭, 질자의 신분은 평범하지 않은데 어찌 하인과 질자를 비교할 수가 있겠어요?"

연 이낭 : "운 이낭, 오해예요. 첩은 그런 뜻이 아니랍니다. 질자께선 당연히 하인과 다르시지만, 잘못을 저지르셨으니 누구든 처벌을 받아야지요. 삼소저, 질자에게 재물을 돌려받은 뒤 다시 작은 징계를 내리는 것이 어떨까요?"

어떠냐고?

별로야!

이 사람들 다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이리도 경솔할 수가 있어!

소소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지만, 그녀는 수선계의 입장에 서 있었으니 미래의 마왕을 위해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의 목숨이 살아 있기만 하면 그가 어떤 궁지에 빠지든 빙그레 웃으며 연극을 보면 돼.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어른이 되었다 해도 그녀는 여전히 여소소였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천참(天堑 천연의 요새) 선지(仙池)에서 눈을 뜨고 중생을 내려다보는 미간에 붉은 깃털이 있는 작고 호기심 많은 영조(灵鸟)였다.

그녀는 광명정대하게 검을 쥐고 그를 죽일 수 있고, 심지어 훗날 그의 신혼(神魂)을 무자비하게 산산조각 내버릴 테지만,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그의 명예를 더럽히고 굴욕을 주면서 즐거워할 수는 없었다.

분명히 눈을 뜨고 있는데 두 눈을 가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할 순 없어.

소소가 일어나더니 낭랑하게 말했다.

"난 동의하지 않아요. 그는 내 사람이니 이 일은 내가 조사해서 이낭들과 둘째 언니에게 반드시 설명하는 걸로 하죠."

연 이낭은 뜻밖의 일에 깜짝 놀랐다.

심문이 다 끝난 거 아니었어?

소소가 작은 얼굴로 정색하며 다른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왜요, 다른 의견이 있나요? 아니면 나에 대해 마음이 안 놓여요?"

연 이낭이 바로 웃으며 말했다.

"감히요, 저희는 당연히 삼소저를 믿지요."

땅 위의 평안부를 주운 소소가 담태신의 앞으로 다가가서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물건 잘 간수해. 다른 사람이 나서서 짓밟으면 내 체면이 깎이잖아. 당신이 아니라고 했으니 아닌 게 가장 좋을 거야! 내가 조사했을 때 그렇지 않다면......"

담태신이 새까만 눈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내가 직접 당신을 때려죽일 테니까!"

그녀는 숨을 헐떡이면서도 눈을 부릅뜨고 그를 노려보며 무섭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밝았고 십이월의 빙설보다 아름다웠다.

담태신은 눈앞에서 사납게 화를 내고 있는 소녀를 보며 무의식적으로 손안의 더러워진 평안부를 꼭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