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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드 원작소설/옥골요《玉骨遥》원작 소설

옥골요(玉骨遥) 원작 소설 제2장

by Aki아키짱 2024. 1. 22.

 

 

<제2장>

주안의 얼굴에서 웃음이 잠시 멈추었다.

모비께서 이런 말씀을 하실 줄은 몰랐는데.

연(渊).

이 이름은 왕부에 백 년 이상 존재해 왔지만 줄곧 금기로 여겨졌고, 적왕(赤王)이 매번 언급할 때마다 분노의 욕설이 뒤따랐다.

만약 이 교인이 적족과 백 년의 인연을 맺고 적왕부에 큰 공을 세운 데다 고조께서 하사하신 면사단서(免死丹书)를 손에 쥐고 있지 않았다면, 화가 난 부왕이 벌써 그를 끌어내 오마분시(五马分尸)를 했을 것이다.

*면사단서(免死丹书) : 단서(丹书)가 고대 공신에게 하사하던 증서이니, 죽음을 면하게 해주는 증서인 듯하네요*

*오마분시(五马分尸) : 죄인의 사지와 머리를 다섯 마리의 말에 묶은 후 말을 몰아 잔혹하게 죽이는 형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 세상에 머물 수 없다는 것일 겁니다. 젊었던 얼굴이 늙어가면 차마 거울에 비추지 못하는 것처럼, 꽃이 시들면 나뭇가지에서 떨어지는 것처럼, 인간 세상엔 머물기 어려운 것들이 많으니 말입니다."

백 년 동안 기거해 온 적왕부를 떠나기 전날 밤, 그는 일찍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이 말은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는 그녀를 한참 동안 멍하니 듣고만 있게 만들었고, 마음속을 텅 비게 했다.

"벽락해에서 온 교인들은 하늘이 주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지......태양처럼 눈부시고 봄날의 강물처럼 부드러운데, 어느 소녀가 싫어하겠니?"

모비가 가볍게 탄식하며 말을 멈추었다.

"너는 말할 것도 없고, 그때를 생각하면 태부인(太夫人 제후의 어머니)께서도 그러셨으니까......"

"네?"

주안은 호기심을 참지 못했다.

"조모께서요?"

모비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화제를 딴 데로 돌렸다.

"에효,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면 네 부왕은 너를 다른 육부의 군주들과 함께 제도로 보내서 비 간택에 참여시키셨을 거야. 우리 아안의 자태는 백족(白族)의 설앵(雪莺) 군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으니, 어쩌면......"

"친어머니 눈에는 서시(西施 중국 고대 사대 미녀 중 으뜸)로 보이겠지만, 설앵이 저보다 훨씬 아름다운 걸요!"

그녀는 모비의 억측을 사정없이 잘라버린 뒤 시원스럽게 찬물을 끼얹었다.

"게다가 공상의 역대 황후와 태자비는 모두 백족에서 뽑았는데, 저한테 무슨 일이 일어나겠어요? 설마 딸을 첩으로 만들고 싶으신 건 아니시겠죠?"

모비가 눈살을 찌푸렸다.

"어미가 부왕에게 시집올 때도 정비는 아니었잖니......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면 좋은 거지, 명분이 그리 중요한 것이냐?"

당연히 중요하죠!

그렇지 않았다면 어머니께서 젊으셨을 때, 그 늙은 무녀에게 매일 괴롭힘을 당하진 않으셨을 테니까요.

그녀가 죽고 난 다음에야 해방되셨잖아요.

주안은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모비가 슬퍼하실까 봐 입으로는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모비는 고집 센 그녀의 표정을 보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네가 어찌 남의 뒤에서 참고 견디겠느냐? 위아래가 없고 불같은 네 성질로 정말 가람제도에 간다면, 시시각각 일을 저지르겠지. 어쩌면 모든 족인들을 연루시키게 될지도 모르고......"

여기까지 말한 모비가 눈물을 머금은 채로 웃다가 기침을 몇 번 했다.

"그러니, 콜록콜록, 제도로 시집가지 않는 것이 전화위복인 셈이구나......"

"그렇게 말씀하지 마세요, 어머니!"

그녀가 겸연쩍어 하며 말했다.

"저도 대세를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부왕께 말대꾸를 했느냐?"

모비가 기침을 하며 훈계했다.

"그때......콜록콜록, 그때 네가 고개를 숙이고 네 부왕이 노여움을 가라앉히도록 듣기 좋은 말을 했더라면, 그 교인도 그런 결말이 나진 않았을 것이다......그 사람들 모두 왕부에서 백여 년을 조용히 살았고,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어. 네가 제멋대로 떠들어대면서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면, 어찌......"

"......"

주안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지더니 말이 없었다.

맞아요, 만약 그때 제가 무릎을 꿇고 부왕께 애원했더라면 연(渊)도 그렇게 되진 않았겠죠......

"아안, 넌 어릴 때부터 응석받이로 자랐어."

모비가 그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담이 크고 무예가 뛰어난 데다 총명하고 재능이 있어서 지지 않았지. 남자 아이였다면 네 부왕께서 얼마나 기뻐하셨을지 모르겠구나. 그런데 하필이면 딸이었으니......"

"그것도 제 탓이에요?"

그녀가 화를 내며 펄쩍 뛰었다.

"분명 부왕께서 아들을 낳지 못하시는 거잖아요! 그렇게 많은 희첩을 들이셨는데, 십여 년이 지났어도 못......"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문밖에서 천둥소리와도 같은 사나운 고함이 들려오더니 적왕이 성큼성큼 들어왔다.

그녀는 놀라서 머리를 움츠리며 후반부의 말을 억지로 삼켰다.

"며칠 후면 시집을 가는데, 아직도 그런 망나니 같은 소리를 하다니!"

적왕은 이 걱정스러운 딸을 매섭게 노려보다가 화가 나서 짙은 눈썹을 곤두세우며 크게 소리쳤다.

"이리도 무엄하고 거리낌 없이 말을 하는데, 소살합로로 시집가면 누가 너를 지지해 주겠느냐?"

그런 이유로 그녀는 또 한 시진(一个时辰 2시간)동안 이마에 손가락질을 당하며 계속 혼이 났고, 몇 번이나 말대꾸를 하려 했지만 옆에 있는 모비의 가련하기 짝이 없는 눈빛을 보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

됐어, 어차피 한 달 남짓 있으면 멀리 시집갈 텐데, 부왕의 욕쯤이야 한 끼 덜 먹은 셈 치지 뭐!

게다가 부왕도 그저 빈말을 하셨을 뿐인 걸.

내가 아주 먼 곳의 소살합로로 시집간다고 해도 곽도부의 사람들은 감히 내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말아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천극풍성에서 직접 군사를 거느리고 출병하여 죽이러 가실 테니까.

그녀, 주안 군주는 적왕의 유일한 딸이었다.

만약 아버지가 나중에 그녀에게 새로운 남동생과 여동생을 만들어 주시지 않는다면, 그녀는 적왕의 작위를 계승하여 서북 전체를 다스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급계(及笄 만 15세, 시집을 갈 나이)가 된 후 사지국(砂之国 유목민족이 모여 있는 곳)의 네 부족이 앞다투어 구혼을 하러 왔고, 번왕 세자들은 무더기로 문턱을 넘다시피 했다.

원래 부왕은 이 서황 부락들이 눈에 차지 않으셔서 궁상 육부의 왕족 중에서 훌륭한 사위를 고르고 싶어하셨지만, 이것저것 고르던 그녀는 결국 노예에게 반해서 몰래 도망칠 뻔했다.

적왕은 화가 나서 가람제에게 어지를 청했고, 걱정스러운 딸을 위해 거리낌 없이 부가(夫家 시댁)를 선정한 뒤 그녀를 시집보내기로 한 것이다.

적왕이 선택한 훌륭한 사위는 곽도부의 새로운 왕인 스무 살의 가이극(柯尔克)이었다.

주안보다 겨우 두 살 많은 가이극은 용맹한 성정으로 사냥을 몹시 좋아하고, 듣자니 사막의 흰 늑대를 맨손으로 찢을 수 있다고 했다.

노왕야가 돌아가신 후 왕위를 계승해 공상 대신 운황의 서쪽 관문을 지키면서 제도에서 책봉한 '광막왕(广漠王)'이라는 칭호를 얻었고, 그의 생모는 노왕야의 대비이자 살기부(萨其部)의 장공주로 잔혹한 성격에 계략이 남보다 뛰어나다던가.

또한 듣자니 이번에 가이극이 여러 형제들을 순조롭게 굴복시키고 새로운 왕이 된 것이나 적왕에게 구혼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것, 미래의 적족 여왕과 혼인하는 것까지 매 걸음이 생모의 치밀한 계획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런 시어머니가 있는 사막으로 혼자 시집가면 분명 생활이 그리 편하진 않을 거야.

주안은 한숨을 쉬며 눈보라 속에서 살금살금 대영(大营 병영)을 돌아 황량하고 외진 마구간으로 갔다.

서황의 사대 부족 중 애미아 분지의 곽도부는 준마가 많이 나는 곳으로 유명했기에 자연히 마구간에도 다양하고 진귀한 천리마들이 가득했다.

마구간을 관리하는 하인은 이미 취해서 술상에 쓰러졌고, 추위 때문인지 만금의 가치가 있는 명마들은 서로 바짝 붙어서 고개를 숙인 채 졸고 있었는데, 살짝 코투레질을 할 때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순식간에 하얀 연기가 되었다.

그녀의 발걸음은 매우 가벼워서 가장 경계가 심한 말도 눈을 뜨지 않았다.

"좋아, 바로 여기야. 너무 추워서 얼어 죽겠네."

주안은 중얼거리더니 소매에서 옥병 하나를 꺼내 위쪽의 마개를 뽑았다.

순간 옥병에서 몇 가닥의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눈보라에 휩쓸렸다.

준마들은 코투레질을 했지만 깨어나지 않고 꼬리를 움직이다가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이렇게 하면 이따가 놀란 말들이 국면을 방해하지 않도록 할 수 있을 거야.

말들을 처리한 주안은 공터로 돌아와 옥골을 머리에서 뽑았다.

비녀를 뽑아내자 암홍색(暗红色 다크레드)의 긴 머리가 비단처럼 흩어지면서 바람에 펄럭였는데 마치 아름다운 깃발 같았다.

그녀가 허리를 굽혀 옥골을 눈밭에 꽂았다.

황량한 사막의 한겨울은 매서운 추위로 무서울 정도였고, 땅바닥은 이미 꽁꽁 얼어붙어서 비녀를 꽂을 때 쇠붙이 같은 마찰음이 났다.

그녀는 옥골을 양손에 쥔 채 자신을 가운데 두고 눈밭에 힘겹게 비뚤비뚤한 원을 하나 그렸다.

"에이, 수백 번 연습했는데도 여전히 동그랗게 안 그려지네."

그녀는 자신의 은빛 성과물을 보다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중얼거렸다.

"사부님이 보셨으면 또 꾸짖으셨겠지?"

주안은 한숨을 내쉬며 오른팔을 중심으로 눈밭에 한 획 한 획도 어긋남이 없도록 복잡한 도안을 섬세하게 새기기 시작했다.

무려 일각(一刻 15분)이 지나고 나서야 복잡한 도안을 눈밭에 다 그렸다.

"됐어, 틀림없을 거야."

마지막으로 한 번 검사하다가 손가락이 얼어붙을 것 같았다.

입김을 불어 따뜻하게 한 뒤 손에 약간의 진력을 써서 '삭'하는 소리와 함께 옥골을 부적의 중심점에 끝까지 꽂자, 눈더미 밖에는 진홍색의 끝부분만 드러났다.

그 후 두 손을 모으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목령술(牧灵术).

이것은 그녀가 배운 것 중 가장 복잡한 주술로 실전에 쓰는 건 처음이라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긴장하면 할수록 틀려서 서너 구절을 외우자마자 바로 한 글자를 틀렸다.

그녀는 가볍게 '쳇' 소리를 낸 뒤 조급한 마음에 얼굴을 찡그리며 처음부터 다시 외웠다.

이번에는 한눈을 팔지 않고 막힘 없이 유창하게 축송을 물처럼 토해냈다.

주문을 외는 소리와 함께 눈밭에 꽂힌 옥골이 대지의 힘을 빨아들이며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속도로 한 자(一尺 약33cm)도 채 되지 않는 곳에서 훌쩍 자라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눈을 뚫고 나와 옥수(玉树 산호나 옥으로 만든 장식용 나무)처럼 영롱하고 투명한 법장(法杖 신분, 지위를 상징하는 지팡이)이 되었다.

그러자 그녀의 발밑 부적이 있던 땅도 갑자기 빛을 발했다.

빛을 발하는 원 안에서 눈 덮인 땅이 출렁거리기 시작했는데, 눈 속에서 무언가가 깨어난 듯 불안하게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구간의 준마가 모종의 불길한 기운을 느꼈는지 술렁거리기도 했지만, 방금 전 그녀의 술법에 갇혀 도망갈 수 없었다.

"기(起 일어서다, 일어나다)!"

마지막 글자를 외운 주안은 손을 들어 옥골을 움켜쥔 뒤 뽑았다.

'삭'하는 소리와 함께 온 땅에 눈이 흩날렸다.

눈 아래에서 낮은 포효가 들려오더니 대지가 순식간에 갈라지면서 무언가가 날아오르듯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세상에서 본 적이 없는 거대한 짐승으로 한 마리 한 마리씩 땅속에서 튀어나와 휙 일어서더니, 공중에서 응집되어 형체를 갖춘 순간 땅에 떨어졌다.

그 거대한 짐승들은 떨어지자마자 그녀를 에워싸며 흉악하게 덤벼들고 싶어 안달을 했지만, 무언가가 두려운지 빛나는 원 밖으로 뒷걸음질쳤다.

주안이 옥골을 들고 하늘 높은 곳에서 아래를 가리켰다.

"꿇어앉아!"

거대한 짐승들은 순간 놀라며 거스를 수 없는 힘에 눌린 듯 일제히 몸을 낮추고 눈밭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옥골을 들고 마수의 이마를 가볍게 누르며 목령술의 마지막 구절을 책에 쓰인 그대로 외웠다.

"육합팔황(六合八荒)의 모든 생령들이여, 나의 지시에 복종하라!"

*육합(六合) : 하늘과 땅의 사방(위, 아래, 동쪽, 남쪽, 서쪽, 북쪽). 팔황(八荒) : 중원에서 멀리 떨어진 황량하고 먼 곳*

거대한 짐승들은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숙이고 순종했다.

그녀는 옥골을 거대한 짐승의 이마에 붙인 채 지령이 내려진 것처럼 중얼거리더니, 옥골을 거두고 손을 들어 멀리 있는 막사를 가리키며 낮게 외쳤다.

"가거라!"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소리와 함께 짐승 무리가 금빛 막사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

주안은 멀리서 바라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간신히 잘 처리했으니 빨리 도망가야겠어.

감히 오랫동안 머무를 순 없지.

옥골을 쥐고 손바닥에 펼치자 옥골은 이미 옥잠으로 변했다.

그녀는 비녀를 상투에 꽂고 풍모를 끌어올려 얼굴을 감싼 뒤, 마구간에서 가장 좋은 야조옥사자(夜照玉狮子) 말을 골라 도망갈 때 탈 수 있도록 준비했다.

*야조옥사자(夜照玉狮子) : 수호전에 나오는 말로 잡색 하나 없이 온몸이 하얀 말로, 전설에 따르면 하루에 천 리를 갈 수 있으며 서역에서 생산되는 말 중 최고라고 함*

여기서 북쪽으로 백 리(一百里 50km)를 질주하여 성성협(星星峡)을 빠져 나가면 적막한 산에 도착할 수 있어.

산에 신전 제단이 있으니, 그곳에 도착한 후 다시 계획을 짜도 늦지 않을 거야.

그러나 그녀가 말을 끌고 막 돌아서자마자 마구간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가 몸 뒤쪽의 어둠 속을 살며시 스쳐가는 듯했는데, 짐승의 발톱이 땅을 긁는 것 같았다.

모골이 송연해질 정도로 놀란 주안은 몸의 움직임을 멈추고 귀 기울여 들었다.

처음에는 추운 겨울이라 몹시 배가 고픈 늑대가 막사에 난입한 줄 알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금철(金铁 구리와 철)이 바닥을 질질 끌리는 소리 같기도 했다.

그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허리 뒤에서 단도를 뽑아든 뒤,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걸어가면서 가로막고 있는 여물 더미를 재빨리 치웠다.

이상한 소리가 갑자기 멎더니, 어두운 밤에 언뜻 반짝이며 나타난 두 눈이 그녀를 보고 있었다.

"응?"

얼굴을 찡그린 그녀는 소리를 낸 것이 그저 어린 아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작고 말라서 예닐곱 살쯤 되어 보였는데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마치 사막여우 같았다.

배가 많이 고팠는지 작고 창백한 얼굴에서 두 눈이 유난히 커보였고, 눈동자는 짙은 푸른색이었는데 얼굴이 더러워서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 알 수 없었다.

아이는 수숫대 더미 뒤에 숨어서 그녀를 보고 있었는데, 흠뻑 젖은 손가락 사이에는 개숫물에 젖은 낭병(馕饼 회족이 먹는 난 같은 빵) 한 조각이 있었고, 손가락은 벌겋게 부어오른 동상으로 가득했다.